책을 읽다 보면 어떤 작품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엘레나 페란테의 미로 속 아이도 그런 소설 중 하나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페란테는 나의 눈부신 친구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더 내밀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소설은 주인공 레다가 남부 이탈리아의 한 해변에서 홀로 휴가를 보내며 시작된다. 그녀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려 했지만, 해변에서 만난 한 가족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에 이끌리며 예상치 못한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특히 그 가족의 어린 소녀와 그녀의 인형에 집착하면서, 레다는 자신의 과거와 깊숙이 얽힌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레다의 내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녀가 왜 그토록 불안해하는지, 인형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의 감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그녀의 심리 속 미로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페란테는 이 작품에서도 여성의 내면을 깊이 탐구한다. 특히 ‘모성’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상적인 어머니’의 이미지와 현실 속 모성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레다는 자신이 좋은 어머니였는지 되돌아보며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동시에 그녀는 자유롭고 싶은 욕망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모성’을 강요하고, 이런 기대 속에서 레다는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어쩌면 그녀의 불안과 집착은 그동안 숨기고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표출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미로 속 아이는 단순한 감정 소설이 아니다. 읽다 보면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그 감정이야말로 페란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딸이었고, 어떤 어머니가 될까?
나는 내 감정을 얼마나 숨기고 있는가?
이 소설을 덮고 나면,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쉽게 잊히지 않는 소설,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 그리고 날카로운 심리 분석. 이런 요소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미로 속 아이는 절대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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