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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리뷰: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피뽀피 2025. 2.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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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결코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과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한강 특유의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소설은 화가로 살아가는 ‘경하’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4·3 생존자인 ‘인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선은 오랜 세월 가족을 잃은 상처를 품고 살아가지만, 그 아픔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 경하는 그런 인선을 바라보며 그녀가 붙잡고 있는 기억과 상처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야기는 제주 4·3 사건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그날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상처를 보여준다. 한강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인선의 어머니는 오랜 세월을 기다리며 살아왔고, 인선 역시 그날 이후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이 작품은 살아남은 자들이 겪는 끝없는 죄책감과 상처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한강의 문장, 그 깊은 울림

한강의 문장은 담담하면서도 강렬하다. 그녀는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최소화하면서도, 단어 하나하나에 깊은 감정을 담아낸다. 제주도의 풍경과 자연, 바다와 하늘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그 안에 담긴 슬픔은 더욱 깊어진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

제목처럼, 이 소설은 결코 작별하지 않는 이야기다. 떠난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겨진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우리는 정말 이별할 수 있는가? 혹은, 이별하지 않는 것이 더 깊은 사랑의 형태일 수도 있는가? 한강은 그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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